예전에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있다. 손톱은 그 사람의 얼굴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농부들의 경우에는 손톱이 닳아 흙이나 돌이 잔뜩 끼여있고 학생들의 경우에는 흑연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경우일까. 부유한 상위층의 손톱은 깔끔하다 못해 화려하다. 화려한 메니큐어와 복잡스런 반지들. 이 모든것이 '나 자신' 을 대표해주는 것이란 말이다. 아, 그러고 보...
꿈을 꿨다. 그러니까, 어떤 꿈이었더라? 기억도 잘 나질 않아. 대충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꿈이었어. 그런 너는 누구였어? 웃으면서 생글생글. 생글생글 생글생글 생글생글 왜 모두에게 친절해? 나는 모두가 싫어. 모두가 싫어. 모두가. 네가 좋아. 웃으면서 생글생글.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즐거워 그럴리 없잖아!
누군가에게 나의 생전은 아름답지 못했다. 늘 죽음으로 물들었던 나의 삶은 어둠이 가득차 퀘퀘했고 그런 삶에서 나를 구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지막 나의 회고록 나 또한 원하지 않았던 나의 삶을 죽음은 원하고 있다 창 밖에 마지막 꽃이 지고 있다 안녕.
째깍째깍, 불규칙한 시계소리에 눈을 떴다. 벌써 아침이야. 피곤함에 늘어지는 기분에 머리를 침대에 쿵 박았지만 딱히 달라지는것은 없었다. 일어나야지. 침대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나 거울로 걸음을 옮겼다. 거울을 보자 정말 거지꼴인 행색에 한숨을 내리쉬었다. 부스스한 잔머리에 생기가 없는 눈, 눈 밑의 다크써클까지. 씻으려다 다 귀찮은 기분에 마음을 돌려 다시 ...
숨이 벅차오르는 걸음을 나는 걸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이 나의 모두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토끼는 깡총걸음을 하고있었으며 호랑이는 산우리을 뛰어넘고 있었다 우주의 끝에서 시작해 저 너머로 흘러가는 혹은 저 세상의 건너에서 오는 은하수가 나의 주위를 가득 채워오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야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꿋꿋이 닦고선속 으로 나의 다짐을 되새기며 그렇게...
어제의 꿈에는 비가 왔었다 나는 그 비에 견디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다 겨우 당신을 발견하였다 아아 기억하지 못한 자의 슬픔이란! 내 감히 당신의 삶을 여닐수는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눈물의 색은 투명했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깬 나는 회색의 눈물을 흘렸다 당신의 꿈을 차마 상상조차 할수 없으므로 그러므로 나는 당신의 뒷모습만 보게 될 뿐이다
엄마 어제는 하늘이 너무 파래서 울었어 어쩌면 내가 날 놓아버릴까봐 높은 하늘이 너무 무서웠어 엄마! 애초에 생명이란 뭘까 나는 아직도 무서워 엄마 언젠가 우린 하늘을 날거야 훨훨 날아서 저 우주까지 가버릴거야 날아가버려서 저 우주의 끝에 닿아버릴거야
눈이 부시는 햇살이 방을 가득 채웠다. 찌푸려진 눈을 뜨자 익숙한 가구들이 채여왔다. 똑같은 하루와 무미건조한 일상. 매일을 살아와도 달라질것은 없었다. 비척거리며 일어나 의자에 옮겨 앉았다. 오늘따라 어째서인지 더 쨍쨍한 햇살에 발로 대충 커튼을 쳤다. 일상적이다. 라는 말은 여러 의미들이 있다. 편안하며 평화롭지만 지루하고 방종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
그날은 소름 끼치도록 추운 겨울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길을 나서는 중, 뭔가 알수 없는 이물감이 들었다. 찜찜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평소와 같은 등굣길 뿐이었던지라 무시하고 지나갔었다. 그래, 그때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갔던 것은 내 인생에서 최악이자 마지막이었던 과오였겠지.알 수없는 느낌을 무시하고서는 발걸음을 재촉해 곧장 교실로 뛰어갔다...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헷갈리는 기분이었다. 향수로 젖어있는 침대시트에서는 은은한 백합향만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만치에 향이 배겨있는 향수 병이 마구 나뒹구는것이 희건의 눈에 채였다. 두사람의 입은 계속 굳게 닫겨있다. 희건을 응시하는 유메의 시선만이 방을 가득 채웠다. 냉랭한 공기가 폐로 들어가자 심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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